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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30 14:41:49
kwsi
남성들간의 내분에 관하여-여성학 강의실의 이야기


작성자 -  borninsurge


남성들간의 내분에 관하여-여성학 강의실의 이야기
저는 모 대학에서 여성학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간 강의와 야간 강의를 모두.
저는 수업의 절반 가까이를 학생들에게 내준 생각할 거리 숙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할애하기 때문에 세대 간의 차이를 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경험을 합니다.
지난 주에 가사노동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주부가 가정 내에서 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는데, 여러 명이 발언한 후 한 남학생이, 선생님은 지금 여성만이 가사노동을 한다고 대답하도록 유도질문을 하고 계시는 것 아니냐, 우리 집은 정말로 모든 가족이 가사를 분담하고 있다, 등의 넘겨 집다가 팔목 부러지는 소리를, 약간 열을 내며 했습니다.
사실 내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여성들의 대기노동, 감정노동, 정서적 돌봄 노동 등이었기 때문에, 엉뚱한, 그리고 통계수치 하나만 인용하면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 학생에게 약간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가정 내 노동을 여성이 독박쓰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수준의 강의는 넘어서고 있다는 내 ‘자만심’에 상채기를 내는 발언이라는 점이 더 나의 짜증을 부채질했지만) 좀 참으며 말했습니다.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렇지만 그것이 사회적 평균은 아니며, 다음의 수치가 그 사실을 잘 말해준다고.
그리고 한국의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한국기혼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이 하루 30분 정도로 매우 짧을 뿐만 아니라, 도찐게찐이긴 하지만, 심지어 가족의 생계부양자로서의 물적 토대가 매우 튼실한 일본남성보다 더 짧다(2001년 35분)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흥미로운 반응이 나왔습니다. 주간 수업에 들어오는 젊은 남자들이 갑자기 몹시 흥분하여 자신들의 선배인 중년 남성을,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를 배신하며 분리의 선을 긋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아버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중년의 남성들은 집안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다르다, 그런 통계수치는 중년 남성들과 젊은 남성들을 모두 합쳐서 평균을 낸 결과이기 때문에 우리 세대의 가사노동분담이 희석되었다 등등.
그래서 내가 약간 오바하는 분위기로 말해줬지요. 얘들아, 나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 나도, 감각적으로는 우리 아버지 세대의 남성들보다 우리 세대의 남성들이, 그리고 우리 세대의 남성들보다 너희 세대의 남성들이 조금씩 더 나아졌다고 느끼는데, 통계적으로는 그게 별로 입증이 안되는구나. 기혼남성의 경우 가사노동시간에 세대간 차이가 거의 없대. 통계청의 전국조사결과가 그렇다니 정말 믿지않을 수도 없고, 나도 이런 결과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해. 갑자기 시무룩해지는 남학생들의 분위기. 니네가 무슨, 이라는 표정이 역력한 여학생들의 분위.
수업이 끝나고 나서 몇 명의 남학생들이 강의실을 나서는 저를 막아서고는, 선생님, 그 조사는 어떤 방법으로 진행된 거예요?, 조사가 잘못 되었을 가능성은 전혀 없나요? 요즈음 그렇게 가사노동 안하는 남자와 결혼해줄 여자가 어디 있어요... (서양 남성들의 가사노동시간과도 비교해줬기 때문에) 문화적 풍토가 다르고 또 각 나라에서 가사노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외국하고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요 등등의 이야기를 하더군요.
작년1학기부터 이 학교에서 여성학강의를 통해 한 학기에 270명 정도의 학생들을 만나는데 정말 이혼이 급증하고 있음을 학생들의 삶의 경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또 젊은 남자들에게는 급증하는 이혼이 정말로 심각한 위협(자신이 가족에 속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제가 성비가 매우 불균형하다고 추가 협박을 하는 것도 있는 것 같고요. 학생들의 반응과 변화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좋은 말로 할 때는 알아듣지 못하고 협박을 해야 알아듣는 현실이 씁쓸하게도 느껴집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시작했는데 끝이 좀 그렇네요. 죄송.
다음에는 반드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드리지용.


              


endeavor108  (2006-12-15 11:43:55)

선생님 애기 너무 현실감 있게 보았습니다. 저는 가끔 제 또래 선배들 후배들 만나면 선생님이 경험했던 그런 일들을 겪곤 한답니다. ^^ 참 저는 여성사 분과 김미정입니다. 뵌 적이 없어 이렇게 답글을 남겨도 될까 싶지만...그래도^^
 


   홈피 신장개업 축하!! [1]

skew
200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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